[기사] 익숙한 물건으로 수학 설명하면 개념 '쏙쏙'

에듀 칼럼｜ 스토리텔링 초등 수학

미국 유학 시절, 어느 주말 오후에 하버드대 기숙사팀과 MIT 기숙사팀의 친선 축구 경기를 구경한 적이 있다. MIT 기숙사팀 주장이었던 롭이 팀원들에게 전술을 설명했지만, 뒤늦게 합류한 전자공학과 친구들은 그의 전술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자 갑자기 MIT의 천재들이 땅바닥에 화학반응식을 그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두 팀의 공격과 수비 방식을 두 물질의 화학반응식에 빗댄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질소와 수소의 결합이 끊기는 이 지점이 우리 팀 공격과 수비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야. 이 고리가 끊기면 즉시 공격을 수비로 전환해야 해. 질소와 결합됐던 수소가 그 결합을 끊고 산소와 결합하는 것처럼 말이야."

이처럼 축구 전략을 화학식으로 설명하자, 친구들은 누구보다 전술을 잘 이해하게 됐다. MIT팀은 하버드팀을 3대2로 물리쳤다. 이 날의 경험으로 필자는 '익숙한 물건으로 설명하면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시간이 흘러 몇해 전 필자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초등 5학년 딸아이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소수의 뺄셈'을 배우기 싫다"고 투덜거렸다.

"아빠! 도대체 소수의 뺄셈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어요? 눈을 씻고 봐야 겨우 1.5㎜(밀리미터)짜리 샤프심만 소수인데, 왜 골치 아프게 배우는 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이걸 배워야 하는 이유를 아빠가 지금부터 10초 안에 말하지 못하면 안 배울래요."

그 순간 '만약 내가 MIT의 롭이라면 어떻게 설명할까?'라고 상상해봤다. 딸이 좋아하는 물건과 상황으로 설명하면 복잡한 문제도 쉽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딸에게 강아지를 안고 체중계에 올라가도록 했다.

"전부 몇 ㎏(킬로그램)이야? 45.6㎏이라고? 잘했어. 그럼 이번에는 강아지를 내려놓고 너 혼자 체중계에 올라가 봐. 몇 ㎏이야? 39.4㎏이라고? 좋았어. 둘의 무게에서 너의 몸무게를 빼면, 네가 그렇게 궁금해하던 강아지의 몸무게가 나올 거야. 6.2㎏이야. 이 원리를 알면 귀찮게 동물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 있는 체중계로 움직이는 강아지의 몸무게를 쉽게 알 수 있어. 이게 바로 소수의 뺄셈을 배워야 하는 이유야."

 
이날 딸아이는 자신이 아끼는 강아지 몸무게를 알게 됐고 소수의 뺄셈을 익혀야 하는 이유도 명확히 이해했다. 바로 스토리텔링으로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